온대지방에서 잘 자라는 누에
세계적으로 양잠업을 하고 있는 국가군을 지리적으로 살펴보면 그 대부분이 남북위 50°선이 한계선인 온대지방이다. 가장 적지라고 볼 수 있는 지역은 북위 25~40°의 범위로 현재 세계 잠업국가군의 대부분이 이 권내에 속하고 있다. 남위 40~50°선 내의 국가 중에서도 양잠업을 하고 있으나 대부분 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북위권보다 생산량은 많지 않은 편이다. 열대지방에서 생산되는 누에고치는 적지에서 생산된 누에에 비해서 품질이 많이 떨어지며, 남북위 40°선 이외의 지역에서는 누에의 사료인 뽕나무의 발육기간이 짧은 것이 원인이 되어 누에를 칠 기회가 적을뿐더러 누에고치의 질도 떨어져 생산량이 적게 나타난다.
누에고치에서 뽑아내는 실의 생산량으로 비교해보더라도 중국이 78%를 차지하며, 인도가 19%, 그 외에 일본, 태국,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브라질 등의 국가에서 생산하는 것을 합쳐서 0.1%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온대지방에서 더 많이 잠업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한 누에를 위한 기상환경
건강한 누에를 기르기 위해서는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먹이의 질도 중요하지만, 온도, 습도, 공기, 채광 등의 기상환경을 누에의 생리에 맞춰줘야 한다.
온도
누에는 변온동물로 주위의 온도에 따라 체온이 오르내리며, 누에의 체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생리작용 또한 체온의 영향을 받는다. 누에가 발육할 수 있는 온도의 범위는 발육시기에 따라서 일정하지 않으나 대체로 7∼40℃이고, 정상적인 발육을 할 수 있는 온도는 20∼28℃이다. 이 범위에서는 온도가 높아질수록 생리기능이 촉진되어 누에의 경과 일수를 단축시켜준다. 그러나 30℃ 이상이 되면 오히려 여러 가지 생리 기능의 균형이 깨지면서 누에의 건강을 잃기 쉬우며, 반대로 15℃ 이하로 낮아지면 누에의 발육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생리 기능에 장애로 인하여 병에 걸리기 쉽다. 누에가 건강하게 자라고, 경과 일수도 비교적 짧으며, 좋은 고치를 지을 수 있는 온도를 사육적온이라고 한다. 이 사육 적온은 누에의 품종, 나이, 발육 시기 및 기상이나 영양 조건에 따라 각각 다르다. 누에 나이로 보면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사육 적온은 낮아지며, 같은 령 중에서는 전기(적게 먹을 때에서 보통 먹을 때까지)보다 후기(한밥 때에서 잠잘 때까지)의 사육적온이 낮다. 누에 품종에 있어서는 교잡종보다 원종이 낮고, 원종 중에서는 유럽종이 일본종이나 중국종보다 낮게 나타난다. 화성에 있어서는 2화성보다 1화성의 사육적온이 낮으며, 그 외에 다습하거나, 통풍이 낮은 경우 그리고 뽕잎의 엽질이 나쁜 경우에도 사육 적온이 다소 낮다. 이와 같은 여러 조건들을 종합하여 누에의 나이에 따른 사육적온을 보면, 애기누에인 1~2령 때에는 26~27℃, 중누에인 3령 때에는 24~25℃, 큰누에인 4~5령 때에는 22~23℃이다.
이렇듯 건강한 누에를 얻기 위해서는 누에의 사육적온이 중요한 조건으로, 사육적온의 온도가 높아지면 에너지 소모가 많아져서 고름병이 발생하기 쉽고, 반대로 사육적온 이하로 온도가 낮아지면 소화가 잘되지 않고, 뽕잎을 먹는 양도 적어져서 누에의 경과가 길어질 뿐 아니라, 또한 상대 습도가 높아지면서 무름병에 걸리기 쉽다.
습도
습도는 누에의 생리 작용에 직,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환경조건이다. 직접적으로는 누에의 생리에 영향을 주며, 간접적으로는 누에의 먹이인 뽕잎과 병원미생물의 번식에 영향을 미친다. 습도가 낮은 경우에는 병원미생물의 번식이 적어 위생 상태는 좋은 반면, 뽕잎이 빨리 시들어서 누에가 뽕잎을 충분히 먹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며, 또한 잠 중에는 탈피를 어렵게 만들어준다. 반대로 습도가 높은 경우에는 누에가 시들지 않은 뽕잎을 먹을 수 있어서 경과는 빠르게 하지만, 여러 가지 병원균의 번식을 촉진시킴으로써 누엣병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다.
습도가 직접적으로 누에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습도 60%에 비해서 90%에서는 경과 일수가 약 2.5일 단축되어 습도가 높을수록 누에가 빨리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사육온도 20~24℃의 범위에서 온도가 1℃ 올라간 경우보다 경과가 단축되는 정도는 적지만, 누에의 발육에 미치는 영향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에의 사육적습이란, 누에가 건강하게 자라고, 시들지 않은 뽕잎을 누에가 충분히 먹음으로써 품질 좋은 고치를 지을 수 있게 하는 습도를 말한다. 사육적습도 사육적온과 같이 누에의 품종, 나이, 화성, 기상조건, 영양조건 등에 따라 일정하지 않다. 사육적습을 누에 품종으로 보면 교잡종보다 원종이 낮고, 원종 중에서는 유럽종이 일본종이나 중국종보다 낮으며, 화성에서는 1화성이 2화성보다 낮게 나타난다. 누에 나이에서는 령이 더해 가는데 따라 낮아지며, 같은 령에서는 전기보다 후기가 낮게 나타난다. 따라서 1∼2령 때에는 사육적습이 85∼90%, 3령 때에는 80%, 4∼5령 때에는 70∼75%를 표준으로 한다. 어느 경우에도 90% 이상의 다습, 50% 이하의 건조는 누에의 발육에 좋지 않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채광
누에를 사육하는데 있어서 채광의 영향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었으나, 근래 누에의 행동과 광선과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채광도 결코 경시할 수 없는 기상 환경 요소로 부각되었다. 온도, 습도, 공기와 같이 누에의 일생을 통해서 발육과 생산량에 영향을 주는 채광은 특히, 인공사료에 의한 원누에를 사육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광선에 대한 누에의 행동은 누에의 동작, 화성, 잠과 관계가 깊다. 개미누에, 인 누에, 익은 누에 때의 누에는 지나치게 밝거나 어두운 곳에는 모이지 않으며, 15∼30lux 정도의 밝기에서는 모여드는 습성이 있다. 애누에 때 밝게 해주면 어두운 것보다 고치 무게와 고치 층 무게가 약간 무거워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밝게 하는 것이 어둡게 하는 것보다 경과시간을 길게 해주는데, 이러한 어두움과 밝음에 의한 경과의 차이는 25℃ 이상에서만 나타나며, 5령 동안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어두운 것보다 밝을 때 활발히 움직이며 뽕잎을 먹는 것도 활발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루 종일을 밝거나 어둡게 해주는 것보다는 1일에 15~16시간 정도 밝게 하고 나머지 시간을 어둡게 하는 것이 자연 상태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누에의 발육도 고르게 하고, 고치의 질도 좋아진다.
공기
모든 생물처럼 누에도 호흡을 통해 살아가므로 산소가 충분히 포함되어 있는 신선한 공기를 필요로 한다. 누에를 키우는 잠실은 누에와 뽕의 호흡에 의해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 누에똥에서 발생되는 암모니아 가스, 난방 연료를 통한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아황산가스 등으로 인하여 누에가 호흡 장애를 받게 된다. 그러므로 잠실에는 신선한 공기를 제공해주기 위한 통풍과 환기시설의 설비가 필요하다
공기가 누에에 영향을 주는 시기는 3~5령 때이며, 애기누에 때에는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는 하지만 잠실 내의 공기가 너무 혼탁한 것은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렇듯 잠실 안의 공기는 직접적으로 누에의 건강에도 영향을 주지만, 잠실 안의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줌으로써 누에를 기르는데 적합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어렵게 한다. 그러므로 고온일 경우는 서늘한 외기를 받아들여 온도를 낮춰주며, 고온다습일 경우에는 실내에서 공기가 움직이도록 하여 증열을 없애도록 해준다. 또한 차고 습한 경우에는 보온과 통풍을 통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여 잠실 안의 기상환경을 적절하게 유지시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뽕잎의 질에 영향을 받는 누에
하늘이 내린 나무라 하여 신목으로도 불리는 뽕나무의 잎은 누에가 먹는 먹이로 전 세계를 통해 1,000여 종의 품종이 있으며, 예전부터 약으로 쓰인 유용한 식물이다. 뽕의 유일한 먹이이며, 누에의 발육만이 아니라 누에가 낳는 알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므로 뽕잎을 잘 선택하여야만 한다.
가장 이상적인 뽕잎은 뽕잎 안에 있는 각 영양분이 누에의 품종 및 각 영기에 걸쳐서 모두 알맞게 배합되어 있어야 하며, 완전히 발육한 뽕 가운데에서도 그 숙도가 알맞게 배합이 되어 있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누에의 기호에 알맞고 먹는데 알맞아야 좋은 뽕잎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누에알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뽕잎은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균형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음습한 공기와 광선 또는 통풍이 좋지 못한 장소의 것, 계속되는 장마 또는 더위와 가뭄 등의 불량환경에 있는 것, 속효성 비료로 말미암아 너무 많이 자란 것, 비료가 부족한 나무의 잎 등이다.
뽕잎의 질은 일조량, 강수량, 기온과 바람 등의 기상조건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일조가 충분할수록 잎의 질이 좋아지며, 충분치 못한 일조량에서 자란 뽕나무는 뽕잎이 연하고 미숙하여 수분이 많고 단백질, 탄수화물, 회분, 기타 누에 발육에 필요한 영양분이 적어져 이것을 먹는 누에의 발육에 좋지 못한 영향을 주게 된다.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누에에게 덜 익은 연한 뽕잎을 먹이면 누에의 몸이 비대해지나 실제로는 몸이 허약한 상태로 산란하지 못하는 나방으로 될 경우가 많다. 반면에 너무 많이 익은 뽕잎은 누에의 발육을 나쁘게 하고 몸도 축소할 뿐 아니라 산란율이 줄어들고, 이런 누에의 알에서 태어나는 누에 또한 건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2화성, 1화성의 일본 종 및 애기누에 때에는 약간 미숙하다고 느껴지는 정도의 연한 잎이 적합하며, 1화성 유럽종 및 큰 누에 때에는 많이 익은 뽕잎을 주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