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어느 여름날 새벽이라도 좋았을 것이다. 흰눈이 가득 내렸던 겨울이라도 운치가 있었을것이다. 달콤했던 20대 첫사랑의 손을 잡고 처음 걸었어도 행복했을 것이며, 40대 늦은 오후 아내의 손을 잡고 걸어도 행복했을 것이다.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전나무길 위에 새벽의 빛이 내려앉아도 그만의 달콤함이 스며들었을 것이며, 한해의 마지막 달 눈밭의 전나무길도 고즈넉하고 좋았을 것이다.
내소사는 변산반도의 남쪽, 세봉 아래에 자리한 사찰로 삼면이 산으로 포근하게 둘러쌓인 곳에 위치하고 있다. 내소사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차분한 사찰로,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 앞까지 이어지는 전나무숲길이 유명하다. 약 1km 에 못미치는 길이지만 가늘고 곧게 뻗은 전나무들이 시원한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이 전나무숲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천왕문까지의 짧은 길은 단풍나무와 벚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 봄, 가을이면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경내로 들어서면 대웅보전이 단연 유명한데, 대웅보전 자체가 보물 제291호로 지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대웅보전의 꽃문살 역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대웅보전의 연꽃과 국화 문양의 꽃창살 사방연속무늬는 내소사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데, 우리나라 장식 문양 중 최고로 평가되는 꽃창살은 고유의 나무빛깔과 나뭇결 위에 그대로 수놓아져 있어 절제의 미가 돋보인다.
햇살이 좋은 날, 내소사를 돌아보고 전나무길을 걸어나오면 마음까지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절이다.